난 술을 좋아한다. 처음 술을 먹은 이래로 다양한 경험을 겪어왔다. 나의 일대기에서 술을 빼고는 논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술을, 술은 나를 사랑해왔다. 이왕 따지자면 연애 중이다, 대략 삼 년간. 종종 내 인간관계를 망치기도, 언제는 나의 사랑에, 언제는 나의 슬픔에 함께하며 기대어 자는 날들을 기억한다. 나의 사랑, 나의 적잖은 사랑들에는 술이 함께 했다. 그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숨기려 했지만 피어나던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미숙한 날들. 좋아함을 표현하는 건 항상 과하거나 부족했다. 술은 이럴 때 내가 과하거나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종의 위로였다. 술을 먹었기에 용서되었던 수많은 마음이, 취했기에 설명할 수 있던 수많은 어긋남이 나를 힘들게 할 때는, 이어 맞출 수 없는 사랑을 차마 등질 수 없어 취하는 걸 택하곤 했다.
소주부터 맥주, 양주, 칵테일 등 다양한 술을 골고루 좋아한다. 그때 그 사람과는 칵테일을 먹었다. 분위기 있는 날들은 주로 칵테일이나 맥주를 선호하는데, 그런 편이 로맨틱하다고 애써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술을 먹다가 나를 불행하게 하는 존재들이 날 덮쳐오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술을 먹다가 연애 중인 사실을 들어보기도 했고, 취한 채로 즐겼던 찰나의 순간들, 깨고 나서 공허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만났던 이런저런 사람들. 그저 술이나 즐기러 간 술집에서는 어느새 사장님과 직원들과 안면을 텄다. 누나의 친구들이 바텐더로 있던 펍은 누나와의 추억이 가득하다. 누나 친구들은 그 이후로는 볼 일이 너무 없었다. 최근 마음에 들어온 이는 술을 먹고 보아서인지 마음에 눌러앉았다. 누구를 제법 쉽게 좋아한다. 많은 사랑이 실패한다. 취해서 뛰는지, 좋아서 뛰는지 모르는 마음은 나를 자주 헷갈리게 한다. 술을 먹고 잡은 약속은 이제 생각해보니 너무 그를 좋아하는 느낌으로 말했다. 그는 무슨 마음으로 날 보자고 했을까. 다음 약속은 왜 강조했을까. 그러다가도 왜 또 다른 약속은 끊어내었을까. 술을 먹어도 해결되지 않았다. 날 멍하게 했다.
술을 먹고 실수를 자주 한 날들이 후회되어 힘들었다. 그래서 술을 먹었다. 내 이름과 같은 관우는 팔에 박힌 화살의 독을 빼낼 때, 그 아픈 고통을 술 한잔만을 곁들이며 참아내었다. 고통을 참으려고 술을 먹는 게 제법 닮았다. 술을 먹고도 상처가 좁혀지지 않을 때, 누군가를 찾곤 했다. 술에 취해 과거의 누군가에게 전화해 다친 마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내 오랜 흉터를 맡고 있던 그에게 전화했었다. 그는 그 이후로 내게 또다시 연락한 적은 없었다. 흉터가 옅어졌다. 술이 약이었다.
술에 취한 내가 밉다. 그런데 내 마음은, 취한 채로만 용서되었다. 이해되었다. 적지 않은 글은 술에 취해 썼다. 내 자식 같은 글들이, 나는 술을 먹고 잉태했다. 마음은 유려하게 써 내려갈 수 없었다. 내 삐뚤빼뚤한 마음이, 마치 취해서인 양 굴었다.